<셰익스피어의 작품>
셰익스피어의 작품 세계는 일반적으로 다음의 4시기로 분류한다.
- 제 1기(1590~1594)
이 시기의 희곡은 후기 희곡에 비해 작품의 토대가 된 원전을 기계적으로 따르는 경향이 있다. 플롯은 치밀한 극적 구조 속에 통합된 것이 아니라 관련된 여러 사건들을 나열하고 있다. 언어도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나 사건의 진행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경구(警句), 말장난, 미사여구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 시기에는 3편의 희극을 썼다. <실수 연발 The Comedy of Errors>은 어렸을 때 헤엊딘 쌍둥이 형제와 역시 쌍둥이인 그들의 하인들로 인해 생긴 혼란과 우스꽝스러운 실수들을 묘사한 작품이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The Taming of the Shrew>에 나오는 대가 센 여자 주인공 캐서리나와, 캐서리나와 결혼하여 순종적인 아내로 길들이는 남자 주인공 페트리치오의 역은 오랫동안 뛰어난 배우들이 자신들의 연기력을 과시하는 시험장이 되어 왔다. 사랑과 우정을 그린 <베로나의 두 신사>에는 후기 낭만 희극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특징들을 사용했다. 아름답고 꿈 같은 숲의 장면과 남장(男裝) 여자가 바로 그것이다.
이 시기의 사극은 모두 영를 다룬 작국 역사를 다룬 작품들이다. <헨리 6세 Henry VI> 1, 2, 3부는 15세기에 일어난 장미전쟁을 그렸고 <리처드 3세 Richard III>는 장미전쟁의 마지막을 그렸다. 장미전쟁은 영국 귀족인 요크가(家)와 랭커스터가(家)가 왕권을 차지하려고 벌인 피비린내 나는 정권 다툼이었다. 요크가의 문장(紋章)은 하얀 장미이고 랭커스터가의 문장은 빨간 장미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전쟁을 장미전쟁이라고 했다.
이 시기의 유일한 비극인 <티투스 안드로니쿠스 Titus Andronicus>는 티투스 안드로니쿠스가 자신의 딸을 능욕한 자들에게 잔인하게 복수하는 내용이다.
- 제 2기(1595~1600)
이 시기에 셰익스피어는 사극과 낭만 희극을 거의 완벽한 형태로 발전시켰다. 이때부터 셰익스피어는 다양한 사건을 하나의 플롯 속에 짜 넣는 천재성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당시는 긍정적인 사고가 작품을 지배하고 있던 때이어서, 이 시기에 쓴 비극은 <로미오와 줄리엣>뿐이었고 본격적인 비극성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 원수지간인 두 집안의 남녀가 불같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극에 나타나는 비극성은 휙 비극들처럼 인간의 타고난 비극적 결함에 따른 것이 아니다. 그저 여러 가지 우연으로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다분히 운명적인 비극이다. 따라서 인간 내면의 탐구나 깊은 철학은 들어 있지 않다. 하지만 순수한 청춘남녀의 지고한 사랑이 아름다운 대사와 장면 속에 그려져 있어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이 시기에 쓰여진 사극 <리처드 2세 Richard II>, <헨리 4세 Henry IV>, <헨리 5세 Henry V>는 내용이 서로 이어지는 역사 사실을 다룬 작품이다. <리처드 2세>에서는 리처드 2세에게 부당하게 추방당하고 재산까지 몰수당했던 볼링브로크가 반란을 일으켜 리처드 2세를 누르고 왕권을 차지한다. 그가 바로 헨리 4세이다. 이 과정에서 리처드 2세는 반란군에 맞서 싸울 생각은 하지 않고, 자기 연민에만 빠져 번민하다가 결국 왕위를 볼링브로크에게 내주고 만다. 나약하고 자기중심적인 인물로 묘사된 리처드 2세는 성격의 결함 때문에 비극적 운명을 맞는 최초의 인물이다.
리처드 2세를 누르고 왕위를 오른 헨리 4세는 <헨리 45세> 1부에서 계속되는 정치적 불안정을 겪는다. 그뿐만 아니라 헨리 4세는 한때 자신의 반란을 도왔던 퍼시가(家)의 노섬벌랜드 백작의 아들 핫스퍼의 도전을 받는다. 게다가 헨리의 아들 헬은 폴스타프와 같은 시정잡배들과 어울려 갖는 말썽을 일으키고 다닌다. 헨리 4세는 이 모든 것이 신성한 왕권을 부당하게 차지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신의 처벌이라 여기며 괴로워한다. 그러나 핫스퍼 일당이 반란을 일으키자 그동안 망나니로만 여겼던 완자 핼이 용감하게 전투에 참가하여 핫스퍼를 죽인다.
2부에서는 퍼시가의 반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헨리 4세가 죽고 핼 왕자가 왕위에 올라 헨리 5세가 된다. 핼은 그 전과는 다른 모습이 되어 왕으로서 위엄을 갖추면서 그동안 함께 못된 짓을 하던 자들을 멀리한다. 이 극에서 셰익스피어는 가장 인기 있는 희극적 존재인 폴스타프를 창조해냈다. 폴스타프는 거짓말쟁이, 좀도둑에 허풍선이이며 술주정뱅이다. 그러나 풍부한 유머 감각이 있어 인생에 대한 애착이 강하면서 진지해지기를 거부하는 등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헨리 5세>는 왕으로 등극한 핼 왕자는 이상적인 군주로 그리고 있다.
이 외의 사극으로는 줄리어스 시저(로마식 이름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암살 전후의 내용을 다룬 로마 사극 <줄리어스 시저>가 있다. 이 작품의 성공은 무엇보다 브루투스라는 인물의 창조에 있다. 브루투스는 사색적이며 내성적인 인물인데, 시저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으면서도 암살에 참여하여 겪는 심리적 갈등이 작품에 잘 그려져 있다.
이 시기는 주로 젊은 남녀의 사랑을 그린 낭만적인 희극이 절정을 이루었다. <한여름밤의 꿈 A Midsummer Night’s Dream>은 요정들이 등장하여 사랑의 묘약으로 인간들의 사랑을 이루어지게 한다는 환상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희극이다. 역시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사랑의 헛수고 Love’s Labour’s Lost>와 <헛소동 Much Ado about Nothing>은 특히 말장난으로 유명한 희극들이다. <뜻대로 하세요 As You Like It>와 <12야(夜) Twelfth Night>에서는 남장을 한 여주인공들이 역경을 겪으면서 사랑을 이룬다. 이 작품들에도 비극이나 사극처럼 사악한 자들의 음모와 배신의 내용이 들어 있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등장인물 모두가 참회하고 화해한다. 이러한 낭만 희극들은 대부분 결혼식과 같은 떠들썩한 잔치로 끝나는 것이 특징이다.
위의 희극들과는 성격이 조금 다른 <윈저의 아낙네들 The Merry Wives of Windsor>도 이때에 쓴 희극 중 하나이다. 일설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헨리 4세>에 등장한 폴스타프를 너무 좋아해서 사랑에 빠진 폴스타프를 보고 싶다고 요구하여 쓴 작품이라고 한다. 이 극에서 폴스타프는 두 아낙네에게 동시에 구애를 했다가 결국 아낙네들의 꾀에 호되게 당하게 된다.
본 내용은 <최봉수/2007/21세기 웅진학습백과사전/웅진(전집)출판부(웅진다책)/1권>을 참고하여 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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