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아동문학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뿌리는 서구와 마찬가지로 전래 동화나 <심청전>, <흥부전>, <장화홍련> 같은 고대소설에서 찾아볼 수 있으나, 독일 그림 형제의 전래 동화 모음집처럼 결정적인 작품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최남선이 <소년>(1908)과 <아이들보이>(1914)라는 잡지에서 소년문학과 아동문학이란 명칭을 가장 먼저 사용했다. "우리 대한으로 하여금 소년의 나라로 하라. 그리하랴 하면 능히 이 책임을 감당하도록 그를 교도하라"는 <소년>지의 머리말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아동문학은 어린이가 인간으로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던 봉건 규범에서 벗어나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는 당시 애국계몽운동의 하나로서 출발했다. 이것은 단순한 아동문학운동이 아니라, 문호를 개방하고 근대화 운동을 촉진해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청소년에게 맡기려는 민족독립운동의 한 방편이기도 했다. 소파 방정환은 <소년>지에서 시작된 아동문학을 점차 본격적인 아동문학운동으로 나아가게 하였다. 방정환은 가부장적 가족제도와 인습으로 부당하게 억압당하고 학대받는 아동에 대해 유달리 관심이 깊어, 번안 동화집인 <사랑의 선물>(1922)을 펴냈다. 방정환은 1923년에 아동문화운동단체인 '색동회'를 만들고 '어린이날'을 제정했으며, 본격적인 아동 잡지인 <어린이>(1923-1934)를 창간했다. 이때부터 애들·애놈·애녀석이라는 호칭 대신에 '어린이'라는 호칭을 주로 쓰게 되었다.
이후 <신소년>(1923), 새벗>(1925), <아이생활>(1926), <별나라>(1926) 등 여러 잡지가 나왔다. 이것들은 단순히 아동문화 운동과 아동 인권 운동에 그치지 않고 어린이 운동을 통한 일제강점기의 주권 회복 운동으로 이어졌다. 또한 <어린이>는 1925년 윤석중·이원수 같은 전문적인 아동문학 작가를 배출해, 일제강점기에 우리 말과 글, 우리 이야기와 노래를 통해 '우리 것'을 일깨워주려는 문학운동으로 발전해 나갔다. <어린이>는 한국의 역사·위인·산수·지리에 대한 특집을 기획해 아동에게 민족적 긍지를 고취했고, 소년회 운동을 통해 항일 민족운동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1925년을 전후해 전례 없는 동요의 황금시대가 열렸다. 방정환의 <형제별>, 윤극영의 <반달>, 한정동의 <따오기>, 이원수의 <고향의 봄>, 윤석중의 <오뚜기>, 서덕출의 <봄편지> 같은 수많은 동요・동시가 이때 창작되었다. 이런 동요・동시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불렀으며, 아동문학의 기능보다는 피압박 민족의 슬픔을 달래주는 역할을 많이 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해방 이전의 아동문학은 교훈적이고 계몽적이며 동시에 민족주의적인 성격이 강했다. 즉 이 시기의 아동문학은 본격적인 문학 이전의 상태에 머문 아동문화 운동이란 측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중에서도 마해송·고한승·이주홍·현덕·강소천 같은 작가들이 창작동화를 내놓아 우리 아동문학에 새 길을 열었다. 특히 1923년에 나온 마해송의 <바위나리와 아기별>은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화로 여겨진다. <바위나리와 아기별>은 전래 동화의 소재와 구조를 가져다 쓰면서도 근대적인 자아의식, 비극적이면서 낭만적인 세계 인식을 보여주는 독특하고 새로운 작품이었다.
1945년 해방이 되고 우리 말과 글을 되찾아 아동문학의 개화기를 맞이하는 듯하였으나, 곧 6·25전쟁이 일어나는 바람에 아동문학도 침체기에 들어섰다. 이원수나 윤석중처럼 평생 아동문학을 전문으로 창작하는 이가 드물었고, 그나마 지나친 문학적 실험 때문에 창작동화나 동시·동요가 어려워져서 어린이들에게 외면을 당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이는 '어린이를 위한 문학'이라는 기본 명제를 잊은 나머지 작가 자신만의 문학 의식을 드러내는 데 머물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어린이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작품 속에 그려내는 동시에 상상력으로 꿈과 자유와 평화를 느끼게 해줄 작품들이 필요하게 되었다.
20세기 중·후반에 활동했던 작가로는 섬세한 언어 구사와 감성 세계를 보여주는 신지식, 민족의 역사와 정서를 비애와 연민의 눈으로 그리는 권정생, 잠언적 진술로 종교적 세계관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 정채봉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대체로 감상과 교훈에 젖어 있거나 교육 도구로서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별다른 탈바꿈하지 못하던 아동문학은 21세기로 넘어가는 시기를 전후하여 중요한 전환기를 맞았다. 책 읽기와 글쓰기에 중점을 두는 교육, 논술 시험 같은 교육환경의 변화, 어린이 독서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민운동의 증가 등으로 어린이 책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고, 새로운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작가군의 출현과 출판사들의 어린이 책 출판에 대한 높은 참여가 그에 부응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부터는 세련된 감수성과 상상력, 탄력 있는 문장을 바탕으로 한 생기 있는 글을 발표하는 채인선, 부조리한 어른 세계나 불합리한 환경과 마찰을 빚는 아이들의 생활과 심리를 정교하게 그려내는 작품을 여러 편 내놓은 황선미, 주위와의 여러 가지 갈등 요소를 풀어가는 아이들의 일상을 따뜻하고 섬세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금이 같은 동화 작가와 정두리, 이상교, 문삼석, 신형건 같은 동시 작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편 한국 아동문학에 대한 연구는 아직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주로 농촌 아이들의 삶을 바탕으로 하는 현실적인 문학과 올바른 우리말 쓰기를 강조하는 이오덕, 근대 이후 아동문학사를 최초로 정리한 <한국현대아동문학사>를 비롯한 몇 권의 개론서와 작가론을 내놓은 이재철이 기초를 닦은 이후 여러 연구자와 평론가들이 그 길을 넓혀가는 중이다.
본 내용은 <최봉수/2007/21세기 웅진학습백과사전/웅진(전집)출판부(웅진다책)/1권>을 참고하여 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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